대학생인 김모 씨(24)는 1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으로 오른팔에 큰 흉터가 남아 있다. 4년 전 흉터 제거수술을 받았음에도 10cm가 넘는 흉터가 여전히 남아 있어 최근 2차 수술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사고 당시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던 그는 오른쪽 팔이 자동차 바퀴에 깔리고 아스팔트 바닥에 긁혀 심한 찰과상을 입었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어 한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지만 여전히 보기 흉한 흉터로 인해 괴로운 마음이다.
교통사고는 자칫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설령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항상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주위가 산만하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교통사고에 노출되기 쉬워 부모들의 각별한 보호와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가운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미국, 뉴질랜드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사고 빈발 지역으로는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는 초등학교 근처, 아파트 단지, 어린이 보호구역 등이 꼽혀 이들 지역에서는 더욱 교통사고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목도리, 모자, 두꺼운 외투를 입기 때문에 여름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야가 좁아져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사고를 당했다면 어떤 응급 조치가 필요할까. 24시간 365일 응급 진료와 수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서울연세병원 조상현 원장의 도움말로 외상의 종류와 대처 요령 등을 알아본다.
☞머리를 다쳤을 때 = 어린이들의 경우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계단이나 의자에서 떨어지거나 야구방망이 등으로 심하게 머리를 맞았을 때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의식을 잃거나 마비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귀나 코, 입에서 피가 나온다.
또 경련, 호흡의 변화, 마비, 뇌부종, 저산소증에 의한 청색증, 동공의 불균형과 빛에 대한 반사 능력의 저하, 서맥이 동반된 의식저하가 나타난다.
치료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간혹 현기증과 두통, 행동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머리에 타박상을 당했을 때에는 가능한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눕혀 안정을 시킨다.
출혈이 심해 환자를 병원에 옮겨야 할 때에는 머리를 모로 돌려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 뒤 이송하도록 한다. 아주 가벼운 손상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두부 손상은 CT(전산화단층촬영)으로 수술 여부를 판단한다.
☞척추를 다쳤을 때 = 어린아이의 경우 척추를 구성하는 뼈가 무르며 척추뼈를 지지하는 근육의 힘이 약해 충격을 받으면 성인처럼 골절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휘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X-레이를 찍어도 골절은 없으나 척추뼈 속의 척수신경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50% 이상에서 척수 손상의 징후인 다리 마비 같은 증상이 사고 3∼4일 이후 나타날 수 있다. 또 마비 증세나 감각의 저하를 호소하다가 이러한 증상이 잠깐 호전되더라도 척수 손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상으로 회복된 것 같다 하더라도 어린이에게 다친 과정을 세세히 물어야 한다. 만약 심하게 척추를 다쳤을 경우에는 반드시 신경외과, 정형외과 혹은 응급의학과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하고 필요한 경우 CT검사도 함께 시행하여야 한다.
☞관절을 다쳤을 때 = 아이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넘어지는 순간 짚게 되는 손목, 팔꿈치, 발목 주위다. 이 부위가 골절되면, 성장판이 다칠 수 있다. 성장판이 다칠 경우 자라면서 심각한 성장장애를 일으키거나 기형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가 골절을 당했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베개나 담요, 또는 판자 등으로 손상된 관절 부위와 그 주위의 부위까지 넉넉하게 부목을 대고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가 교통사고 등으로 크게 다쳤을 경우,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처음 발견했을 때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게 하고 환자를 함부로 옮기지 않는다. 손상된 관절을 비전문가가 함부로 움직일 경우 부분파열 정도였던 것이 완전파열로 악화될 수 있으며 자칫 뼛속 혈관이나 신경조직들까지도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세병원 조상현 병원장은 "어린이의 외상 사고는 밖으로 보이는 후유증 이외에도 정서적으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응급처치의 과정이나 치료 단계에서 보호자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응급 처치 후에는 곧바로 어린이 외상전문병원 등 병원을 찾는 것이 좋고, 간혹 2∼3가지 증상이 겹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만일의 후유증을 고려해 정확한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